현실이 된 방 구하기 전쟁, 청주 M15X 근처에서
어느 봄날, 청주로 작업하러 내려온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숙소 좀 알아봐 줄 수 있어? 복대동이랑 봉명동 쪽에 단기 원룸이 있을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확인해 보니 그 말의 무게가 다르게 다가왔다.
검색은 넘쳐나고 매물도 많은 것 같지만, 막상 전화를 걸면
“그 방은 이미 나갔어요.”
“최소 6개월 계약만 가능합니다.”
“단기요? 지금은 없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바뀐 청주의 풍경, 달라진 주거 흐름
청주는 조용한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복대동, 비하동, 사창동 원룸촌의 불빛이 밤에도 꺼지지 않는다.
출퇴근하는 작업자들, 방을 알아보는 중년 남성, 아침 일찍 짐 들고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까지.
평범했던 거리의 풍경이 달라졌다.
이 변화의 중심엔, M15X라는 이름이 있다.
청주 SK하이닉스의 신설 캠퍼스.
전기, FRP, 설비, 자동화, 기계, 감리, 그리고 유도원까지 각 공정마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방을 찾는다.
단기 계약 가능한 방? 이제는 경쟁이다
단기 계약 가능한 방을 찾는다는 건 이제 과장이 아닌 운의 영역이다.
특히 건설이나 설치 공정처럼 1개월~3개월 주기로 현장을 옮기는 작업자들에겐 단기 거주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청주의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학기 중이라 충북대 인근 원룸도 수요가 몰렸고,
정비 중인 공실은 이미 팀 단위로 예약이 끝났다.
실제로 부동산을 돌아다녀 보면, 단기 입주 가능한 방은 하루 만에 사라진다.
공간이 없으면, 일도 없다
하이닉스 공정은 빠르다.
스케줄은 정해져 있고, 지연되면 손해가 크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주거 공간부터 확보하려 한다.
방이 없으면 일을 못 한다는 말을, 요즘 청주에선 그저 비유로만 듣지 않는다.
최근엔 이런 글도 봤다.
“단가보다 숙소 여부가 더 급해요.”
“단체 투입인데 숙소가 없어서 일정을 미뤘어요.”
숙소는 선택이 아니라 조건
단순한 방을 구하는 일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삶의 리듬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되어버린 지금.
청주의 부동산 흐름도 바뀌고 있다.
하루만 머무를 수 있는 방을 찾는 사람부터,
공정 종료까지 2년 이상 거주를 고려하는 팀 단위 거주까지.
이런 수요에 맞춰 단기 임대 리스트를 별도로 운영하는 부동산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복대동과 사창동 일대는 출퇴근 동선, 생활 편의성, 학세권 연계성까지 고려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아지는 중이다.
청주에서 가장 부족한 건, 방 하나일지도
지금 청주는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숙소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공간이 없으면 일도 멈춘다는 단순한 원칙.
지금 이 도시가 겪고 있는 변화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