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이 끊긴 날, 비행기는 떴다
5월 초, 도시에는 잠깐의 고요가 감돌았다. 주말과 공휴일, 대체휴일까지 더해진 황금연휴. 대다수는 그 시간을 기회라 여겼고, 인천공항으로, 청주공항으로, 짐을 들고 출국장을 향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떠날 수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고, 어쩌면 허탈했다.
SK텔레콤 해킹. 그것도 전국 규모의 해킹 사태.
비행기 이륙 소리보다 빠른 ‘데이터 오류’ 알림
2025년 5월 3일 오전. 평소처럼 알람이 울렸지만, 그날은 달랐다.
“SK텔레콤 해킹 관련 보안 조치로 유심 교체 권장.”
그 시각, 인천공항에서는 일본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38만 명이 출국 준비를 마쳤고, 청주공항에서는 후쿠오카, 타이중을 향한 LCC 노선들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출국 전 로밍 설정도, 모바일 티켓 확인도 모두 통신망이 기반인데, 신호가 닿지 않는 휴대폰은 그야말로 ‘멍청한 기계’였다. 이쯤 되면 누가 여행이고 누가 고립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청주공항의 성장과 한 사람의 멈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황금연휴 동안 청주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이 3만 명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수치였고, 특히 토요일 오전 7~10시엔 대합실이 꽉 찼다.
그러나 반대로, 인근 도심 통신센터 앞은 유심을 들고 우두커니 선 이들로 북적였다. 나는 그중 하나였다.
비행기 티켓 대신 번호표를 손에 쥐고, 셀카 대신 대기 화면을 찍었다.
그 시간, SNS 피드에는 공항 사진, 일본 맛집, 오사카 거리, 여행 OOTD가 넘쳐났지만, 내가 담아낸 연휴는 ‘대기표 116번’이었다.
여행이 특별한 건, 누구나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황금연휴는 모두에게 황금처럼 빛나지 않았다.
비행기보다 빠른 해킹, 로밍보다 강한 불안감, 그리고 고장 난 모바일 세상 속에서 누군가는 그저 ‘남겨졌다’.
하지만 그것이 곧 실패는 아니다.
오히려 도시의 공백 속에서, 우리가 놓친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연휴는 끝났지만, 우리의 연결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SK텔레콤 유심도, 공항 활주로도, 지금은 모두 ‘복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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