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M 생산이 시작된 청주, 숨겨진 흐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햇볕이 따뜻했던 4월 첫째 주, 청주에 있는 중고차 매매단지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복대동 방면 도로에 눈이 머물렀다.
평소보다 차가 많고,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이번 주에 M10F에서 HBM 라인 전환 끝났대요. 기사 보셨죠?”
함께 있던 지인이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드디어 이천 M10F 라인을 HBM 패키징으로 전환하고 양산을 시작했다는 뉴스는 반도체 업계에겐 중대한 소식이었지만, 정작 청주의 일상에도 그 파장은 은근하게 번지고 있었다.
무심한 듯 번지는 기술의 물결
청주에는 SK하이닉스의 M15, M9, M8 등 대형 생산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M10F 전환은 이천 공장에서 시작되었지만, 실제 인력 수급과 자재 이동, 협력업체 인프라는 대부분 청주에서 맞물려 돌아간다.
그래서일까. 복대동 일대 공실이 빠르게 사라지고, 비하동 셰어하우스에는 생소한 사투리가 섞인 대화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 임시 숙소 운영자는 말한다.
> “요즘은 짧게 하루 이틀 재우고 나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청주 왔다가 이천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며칠 있다 M15 들어가는 분들도 있고요.”
이런 흐름은 복대동뿐 아니라 충북대 인근에도 영향을 주었다.
과거에는 학생 중심이었던 원룸 수요에, 최근 들어 ‘장기출장자’ 또는 ‘장비기사’라는 검색 유입이 함께 붙고 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 지역의 주거 인프라가 점차 산업과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반도체 도시의 뒷면에서 일어나는 일들
HBM은 단순한 고속 메모리가 아니다.
AI 서버, 클라우드, 고성능 GPU 등 요즘 세상의 속도를 결정짓는 기술의 핵심이다.
그런 기술이 청주에서 증산되고 있다는 건, 이 도시가 단지 공장이 있는 곳을 넘어 ‘기술 기반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전환이 실제로 체감되는 건 결국 생활의 디테일이다.
카페 영수증에 자주 보이는 작업복, 복대동 원룸 앞에 주차된 타 지역 번호판,
그리고 1순위부동산의 예약 시스템에 찍히는 새벽 5시 시간대 전화 이력.
이 모든 것이 한 도시가 산업 변화에 반응하고 있는 방식일 것이다.
누군가는 HBM이 만들어내는 숫자를 계산하고, 누군가는 그 숫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짐가방을 들고 청주에 도착한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방을 연결하고, 또 누군가는 그 옆방에서 내일을 준비한다.
기술은 데이터 속에 있지만, 기술이 머무는 도시는 늘 ‘사람’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
청주는 지금, 그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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