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 하이닉스에서 일한다는 건, 단순한 현장 그 이상이었다봄이 막 시작되던 4월 중순, 나는 짐 한가득 싣고 청주로 내려왔다. 서울보다 조금은 느리게 흐르는 공기, 그리고 낯선 이곳의 익숙한 이름 하나. “하이닉스.”누군가에게는 고된 일의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후자였다. 한동안 일거리를 못 잡았던 터라, 지인의 추천으로 청주 하이닉스 현장을 소개받았다. 그때는 몰랐다. 어느 라인(M15X, M8, P&T3)으로 배정되느냐에 따라 하루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익숙하지 않기에 더 긴장되는 하루의 시작처음 배정받은 곳은 작은 개보수팀이었다. 오전 6시, 복대동 원룸에서 일어나 자전거를 끌고 출근을 시작했다. 시간은 부족하고, 출퇴를 위한 차량은 없었다. 그래..